한세상 왔다가 누구나 가는 길인데 남겨진 사람들은
항상 떠나보낸 사람을 그리워하고 아쉬워하는 것 같다.
이제 언제나 볼 수 있으려나...
한 이삼십년 후 ...
집안에 일이 있어서 6월 12일 하동에서 봉암 선생님과의 견지이후 견지를 하지 못했었다.
7월 16일 광주 출장갔다 오는 길에 지루한 고속도로보다
물 구경도 하고 한동안 찾지 못했던 섬진강도 둘러 볼 겸해서
곡성에서부터 섬진강을 둘러보며 내려왔다.
폭우로 인해 물이 많이 불었고
검붉은 흙탕물이 내 마음 같이 굽이굽이 흐르고 있었다.
물이 잠시 쉬어가는 자리엔 오색파라솔과 낚시꾼들이 보이고,
잠시 잊고 지냈던 견지에 대한 생각에 한숨쉬고,
흙탕물을 보며 언제쯤 물색이 좋아져 견지를 할 수 있을까?
봉암 선생님, 김택진님도 보고 싶고...
상념에 젖어 있는데 하동에서 봉암 선생님과 견지할 때 사정상 멀리서 인사를
나누었던 허동춘 사장님의 전화가 왔다.
짧은 만남이었는데 기억해주시고 전화를 주셔서
너무 감사한마음에 전화를 받으니
고향에 내려오셔서 쌍계사에서 견지를 하시었는데
조황이 좋아 적비 서너수와 대적비를 걸어 바로 앞에서
바늘털이에 얼굴만보고 자연방생 하시었단다.
나 “ 허사장님 섬진강물은 지금 검붉은 황토물인데요...”
허사장님 “쌍계사에서 내려오는 계곡물은 계곡이 깊어 아주 맑고 깨끗하여
견지를 할 수가 있습니다.
조황도 좋고 해서 내일도 출조 할 계획이니 시간있으면 만납시다.”
나 “ 네 몇시에 뵐까요”
허사장님 “ 10시쯤 하동 화개장터 다리 밑에서 봅시다. ”
이런...
너무 설레어서 잠이 안 온다.
17일(토) 아침 일찍 일어나서 가기 싫다는 마눌과 아들 재호, 딸 영민, 승민을 달래서
하동으로 향했다.
하동고개를 넘으니 검붉은 흙탕물이 ...
봉암선생님과 견지를 했던 포인트
버드나무있는 곳에서 입수하여 물이 빠지면서 하류로 이동하여 견지를 했던 곳.
음 ~ 그때 그 녀석 잘 있을까...
짧은 손맛이었지만 대단했는데. 물색이 돌아오면... 흐 흐 흐
늦겠다.
정신없이 달려서 도착하니 허사장님은 이미 입수하여 견지를 하고 계시었다.
인사를 하고 사진을 한 장 찰칵.
견지중인 허사장님
물밖까지 나오셔서 수인사를 하고 간단한 소개와 음료수를 한잔씩하고
덕이와 묵이를 담아서 입수하였다.
계곡물은 시원하다 못해 차가웠고.
섬진강 본류를 비웃기라도 하듯이 맑고 깨끗하였다.
도란도란 이야기를 하며 묵이를 뿌리고 편납을 조절하고
묵이를 흘리니 이어지는 짜릿한 떨림.
이어지는 피라미, 불거지...
감격이었다.
반가운 분을 만난 것도 좋은데
장마철에 생각지 않은 견지에 반가운 손맛이라니...
물놀이 피서객들이 있어서 하류로 조금더 이동 하였다.
어제보다 물이 빠져서 녀석들이 하류로 빠진 것 같다.
하류로 조금 더 이동하는 데 견지인 한분을 만났다.
광양제철에 다니신다는 분(이글보시면 답글 주십시오.)
반갑다.
셋이서 나란히 서서 채비를 흘리었다.
역시 혼자보다 둘이서 둘보다는 셋이서...
허사장님의 견지대에 묵직한 입질과 함께 견지대가 설장을 탄다.
탁. 탁. 탁.
고수의 손놀림을 빠지지 않고 지켜보는데 한참의 실랑이 끝에
녀석의 얼굴이.
약 40센티급의 잘빠진 누치...
우와 ...
불거지와 피라미의 입질도 피서객의 소란속에 멀어져가고
코끝을 자극하는 음식냄새에 물박으로 나와 식사를 하면서
삶의 경륜이 담긴 말씀을 들으며 즐거운 휴식을...
물색이 안좋치만 하동 버드나무 포인트를 가보기로 하고 내려가는 데
폭우 때문에 더 이상 견지를 할 수 없어 다음을 기약하며 헤어졌다.
허사장님과 헤어지고 난 뒤 남은 덕이와 묵이가 아까워 구례쪽으로 강을 보며 올라갔다.
구례역근처 17번국도 4차선 큰다리 밑에서 잠시 쉬는데 물색이 틀리다.
황전에서 내려오는 물은 물색이 맑아 황토색 본류와 합수가 된다.
재빨리 장비를 챙겨서 덕이를 흘리니 바로 앞에서 피라미가 물고 늘어진다.
넣으면 나오고 잠깐사이에 삼십여수...
덕이와 묵이가 없어서 더 이상 견지를 할 수 없을 때
우두둑
엄지손톱만한 빗방울이 떨어진다.
빗방울을 맞으니 머리가 다 아프다.
미련없이 미끼통을 비우고 다리밑으로 비를 피했다.
어른들이 여름에 왜 다리밑에서 피서를 하는지 이제야 알았다.
퍼붓는 비를 보며 아이들과 노래를 불렀다.
아주 즐거운 하루였다.
No. 1 2004-07-19 15:22:58 윤상덕
지난3월 저희20004년 황비 공출때 섬진강을 둘러 본지라 사진을 보니
어디 다리인지 쉽게 짐작이 갑니다.
이런 장마철에 징한 손맛을 보았다니 부럽기가 한이 없군요...
No. 2 2004-07-19 15:25:41 황진만
이런 우중에 피래미 손맛을 보시다니.......
섬진강은 조만간 이장희님께서 평정하시겠네여!!! 섬진강도 좋지만 남해-대진 고속도로상의 산청으로 들어가시면 볼 수 있는 경호강도 무척 좋습니다.
그리고 사진이 무척 아름답네여!!! 파란하늘을 그렇게 잘 표현하시다니.... Exif 정보를 보니.... A80이던데.... 오랜만에 좋은 사진 잘봤습니다.
No. 3 2004-07-21 13:24:35 조미영
섬진강 길을 함께 따라서 지나간 여인입니다. 교육을 갈때는 바빠서 고속도로로 갔는데 돌아오는 길은 국도를 따라 천천히 나무와 강을 벗삼아 왔답니다. 오는 길에 보니까 자전거 도로랑 레프팅 하는 곳이 있던데 정확한 위치는 모르겠습니다. 꼭 다시 가보고 싶은 도로였지요. 이 글을 쓰신 분 덕분에 저도 낚시라는 것을 해봤습니다. 구례 간전에서요. 손끝으로 전해지는 그 퍼덕임을 잊을수가 없습니다. 꼭 다시 한번 데려가 주세요. (원래는 직장의 디카모임인데 겸사겸사 낚시를 간적이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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