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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일 : 2004-11-11 02:07:5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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견지채와 사람들 ( VI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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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쓴이 :
river
 조회 : 1,65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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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어신이 선물한 견지채 >
그럭 저럭 견지를 정식으로 시작하여 해를 넘기고 다음해 새 견지의 계절을 맞이하여 정말
열심으로 견지를 다니게 되었다. 도대체 무슨말을 하는지 이해가 안 갔던 여러 선배님들의
견지에 관한 말씀들이 서서히 귀에 들어오고 그 전에는 잡아보지 못했었던 다양한 종류의
물고기들에게도 익숙해 져 가노라니 물고기들마다의 특유의 무는 습성도 알게 되었고 이에
따르는 각각 틀린 고기들의 각각 틀린 손맛도 자연 느낄수 있게 되었다.
그러다 보니 점점 파워풀한 손맛을 원하게 되었고 아무래도 조금 더, 조금 더 큰 고기들을
원하게 되어 욕심이 점점 더해 가는 것이었다. 그 욕심이라는것은 바로 견지낚시의 꽃(?)
이라는 "누치 멍짜"에 대한 욕심이었다.
그 즈음 내가 즐겨 찾았던 그 사이트에는 많은 견지인들의 득멍에 대한 조행기가 올라 왔었
고 그 조행기마다에는 멍짜가 물렸을때 특유의 그 설장타는 긴박하고 짜릿한 과정들이 잘
묘사되어 있었는데 아무것도 모르는 시절이었으면 모를까? 견지에 대한 감각이 조금씩 익
혀져 가는 그때의 나로서는 나도 멍짜를 한번 걸어서 견지채가 활처럼 헉~~하고 휘어지고
피융~피융~~하고 줄이 마구 풀어진다는 그 설장타는 맛을 꼭 한번 보고싶다는 간절한 생각
이 마구 마구 드는 것이었다.
자칭 타칭 고수라고 하시는 오랜 경력의 일부 견지인들은 진정으로 견지를 즐기려면 멍짜에
대한 욕심을 버리고 유유자적하게 자연을 즐기라고 충고를 하는 글을 올리기도 했지만 그건
많은 경험으로 이미 어느 단계에 올라선 분들의 이야기이지 설장타는 맛도 제대로 한번 보지
못한 나에게 있어그런 충고는 당신께서만 할거 다하고 남에게는 그거 해봤자 별거 아니니 하
려고 하지 말라는 말로만 들릴뿐, 진정으로 욕심을 버리고 진정으로 멍짜에게 자유로우려면
어떻게 하든, 무슨 수를 쓰든 멍을 한번 해야겠다는 열망만 더 강하게 만들어 줄 뿐이었다.
그렇게 멍짜에 대한 원사이드 러브(이름하여 짝사랑)를 키워가던 어느 날, 그즈음 우리 가족이
자주 즐겨찾았던 향산여울에의 일이었다.
행여 오늘은 어느 멋지고 힘센 멍짜 한마리가 나에게 러브콜을 해 줄까? 아주 간절한 마음을 담
아 거의 애원하듯 스침질을 하고 있는데 퍽! 아니 쿵? 아니 아니 덜커덕~~(그래 이게 가장 적절
한 표현이다) 덜커덕~~하고 줄이 당겨지는 것이었다.
오랜(?)경험으로 미루어 보아 올것이 드디어 왔구나!!하는 느낌!!! 사실 대적비는 그때까지 여러
마리를 낚았었는데 그거보다는 훨씬 훨씬 큰 힘의 난생 처음 받아보는 느낌이었다. 그러니 멍짜
라고 확신 할수밖에.....
줄을 살살 감아 대자 타다다다~~하고 차고 나간다. 파바바박~~파바바박~~하고 줄이 풀려
나가는데 아~~이게 그 말로만 듣던 설장타는거로구나. 정말 이 느낌, 장난이 아니네!!
옆에서 함께 견지하던 남편도 그 동리의 나이드신 어른 두분도 얼른 낚시줄을 감으시며 응원을
해 주신다. 견지대를 세워야지. 견지대를 세워야지~~~
세웠다가 조금 잠잠해 지면 또 줄을 살살 감고 그러면 그 녀석은 다시 용을 쓰며 차고 나가고
한참을 대를 세워서 또 풀어주다가 조금 잠잠해 지면 또 살살 감아 올리고... 도대체 몇번을 그렇
게 했는지도 모르겠다. 옆에서 구경하시던 동네 어른들은 연신 "그 놈 보통놈이 아닐세 그려"
하신다. 그래 니가 이기나? 내가 이기나? 한번 해 보자꾸나~~~ 시간이 지날수록 마음은 오히
려 여유가 있어진다. 한 15분? 20분? 암튼 이제 녀석은 힘이 빠진듯 슬슬 끌려와서 내 바로 앞까
지 끌려 왔다. 이제 노오란 고무줄만 보이면 되는데 이녀석 갑자기 마지막 몸부림을 치듯 빙빙
돌고 정신을 바싹 차리고 보니 싯누런 몸통이 보이고 이따만한 눈이 ~~~아~~내 이 예리한 눈
썰미로 보아 저건 분명히 육짜는 넘는데 멍짜도 아니고 육짜가...으으```흥분...
이제 천천히 들어서 공기를 멕여야지 하면서 견지채를 들려고 하는 순간, 갑자기 용을 쓰는 이 녀
석 순간...느껴지는 허거덩~~~~~
견지채를 들어보니 아~~낚시바늘이 없다. 그 녀석은 그 한번의 용트림으로 낚시줄을 끊어 버리
고 간 것이었다. 아~그때의 그 허무함과 아쉬움을 어찌 이 간단한 한줄의 글로 표현할수 있으랴?
아무튼 이렇게 나는 칼을 갈며 고대했던 그 향산멍짜와의 싸움에서 참패를 당하고는 잠시후 다시
장비를 정비하여 재도전에 들어갔다.
그런데 아까 그 녀석이 물었던것으로 기억되는 10미터 쯤 까지 줄을 풀고 천천히 챔질을 하노라니
온갖 상념이 머리를 어지럽히는 것이었다.
그 녀석 낚시바늘을 입에 문 채로 줄을 끊고 도망갔으니 이제 그 입에 박힌 낚시바늘은 누가 빼 줄
까? 물고기가 손이 있어 동무가 빼 줄것도 아니고 얼마나 잘렸을지 모르는 그 낚시줄은 언제까지
그 입에 달고 다닐까? 얼마나 아플것이며(아~~물고기는 통점이 없다고 했던가? ) 싸움에서 얻은
그 상처는 어떻게 치유가 될 것인가? 제대로 살수는 있을것이며 만약 못 산다면 그 큰 몸뚱이는 어
느 돌틈 사이에서 죽어갈것이며 또 어느 물고기의 먹이가 될 것인가?
아~ 견지낚시, 릴낚시, 대낚시 여지껏 하면서 한번도 안해봤던 고민들이 그 순간 얼마나 나를 괴롭
히던지....마음이 짠하고 참 내가 못할짓 했다는 생각이 마구 마구 드는 것이었다.
그러니까 자식아~~왜 끊고 도망가긴 도망가니? 그냥 나한테 잡히면 사진만 한방 찍고 놔 줄텐데..
그러다 보니 챔질이 제대로 되는건지 어떻게 되는건지도 기억이 안 나는데 갑자기 뭔가 묵직한게
낚시바늘을 문건 같다. 확~채어보니 줄이 안 당겨진다. 분명히 고기는 아니고 큰 바윗돌에 걸린것
같기도 하고 뭐가 물고 바위틈으로 들어간것 같기도 하다. 몇번을 들었다가 다시 흔들고 또 들었다
가 다시 흔들고 했지만 마찬가지이다. 옆에서 보던 남편은 안되겠는지 낚시줄을 그냥 끊어버리라고
한다. 그러나 가만 생각해보니 그냥 낚시줄을 끊어버리면 그 낚시줄이 향산여울에 그냥 엉켜서 버
려지는것이 아니겠는가? 그건 내가 사랑하는 향산여울에 대해 할 짓이 아니라는 생각이 들었다.
그래서 낚시줄을 살살 감으면서 여울을 따라 한걸음 한걸음 옮기며 천천히 내려갔다.
물살이 좀 세기에 아주 조심하며 살살 한걸음씩 옮겨 끝까지 와서 줄끝을 잡은채 손을 물속으로 넣
었다. 그랬더니 내 손에 만져지는느낌~~ 엉킨 낚시줄 덩어리였다. 낚시줄 덩어리에 걸린것이었다.
에구~~사람들이 이 여울바닥에 낚시줄을 마구 마구 버리면 어떻게 하나? 이왕 이렇게 된거 여울
청소나 좀 해야겠네. 하면서 계속 풀어지는 낚시줄을 계속 끌어 올리노라니 마지막에 뭔가 딸려 나
온다. 얼른 끌어 올려보니, 아니 이게 뭐야? 이건 견지채가 아닌가?
그것도 한 눈에 보아도 아주 멋진 명품의 면모가 보이는 검은색 텐트폴대의 당당한 견지채였다.
옆에 있던 사람들을 내가 견지채를 끌어 올리는것을 보고는 모두 탄성을 질러댔다.
"야~~~완전히 횡재했네요."
"도망간 멍짜가 선물로 견지대를 주고 갔나봐요. 참 그거 재미있네요."
"열멍보다 한 견지대가 훨 났지요. 암~~그렇지요"
모두들 자신의 일처럼 즐거워하며 한마디씩 던진다.
오랫동안 간절히 원했던 멍짜!
스릴과 흥분이 함께했던 그 대단한 멍짜와의 첫 싸움, 그리고 참패, 아쉬움....
상처입은 미물에 대해 느꼈던 미안함, 애잔함, 향산여울에 대한 사랑.....
그리고 그 후에 끌어올린 견지채!
그것은 어쩌면 첫 멍짜와의 싸움에서 참패한 것을 가여이 여긴 향산여울 어신이 나에게
선물한 견지채는 아니었는지.....
<계속....>
@ 그 후에 알게된 사연, 그 견지채는 견지채의 명인 허버트님께서 심혈(?)을 기울여 만드신
것으로 줄을 매서 처음으로 향산여울에 와서는 거북바위 앞쪽에서 견지를 하려고 하기 전,
담배 한배 피우려고 하다가 그만 물에 퐁당~~~ 한번도 사용하지 않은 견지채, 너무나 애
통했지만 생명이 아까와서 포기를 했다 합니다. 물에 빠뜨린지 딱 일주일 후 빠뜨린 장소
에서 15M 아랫쪽에서 제 낚시바늘에 걸렸습니다. 허버트님은 수장되어 버리지 않고 제가
걸어 올린것을 너무 기뻐 해 주셨고 정성을 많이 들인 견지채니 잘 사용해 달라고 애정어린
부탁을 하셨지요. 그 견지대는 대가 강하면서도 탄성이 좋아서 제가 멍짜를 노릴때 자주 사
용을 하는 제 애장품이 되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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