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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일 : 2004-11-02 18:33: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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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여사의 견지낚시 출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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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쓴이 :
이하상
 조회 : 1,75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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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뜩이나 낚시를 좋아하던 남편이 견지낚시에 빠지게 된지도 어언 25년. 이 영감이 시간만 나면 무슨 핑계라도 대며 여울로 도망친다. 또 같이 나들이를 갈 때에도 행선지를 묘하게 잡아 여울에 들려간다. 그리고는 잠깐만 견지를 해보겠다며, 어디에 감춰 놓았던 것인지 그 요상한 미끼를 담은 통을 목에 걸고는, 쇠 작대기를 짚고 여울로 들어선다. 그리고는 파리채 같은 낚싯대를 하염없이 흔들고 서 있었다.
처음에는 영감이 물 속에 들어서서 낚시를 할 때 강 여사는 밖에서 시계를 보며 시간을 재고 있었다. 약속 시간은 1시간이다. 시계를 보던 강 여사가 소리친다.
“시간 다 됐어요. 나와요.”
바깥양반 이 선생이 아쉬운 한 숨을 쉬며 나오는데 좀 미진한 모양이다.
“조금만 더 참지. 지금부터 입질이 오는데.”
“당신은 좋아서 하는 것이지만, 밖에서 떨며 기다리는 사람 생각은 않아요?”
그러던 강 여사가 금년부터는 본격적으로 견지낚시를 하기로 하였다. 물론 전에도 견지를 같이하자고 꼬이는 영감의 감언이설이 없었던 것은 아니다. 그러나 무슨 맛에 낚시를 하는지 모르겠다며 외면하던 강 여사가 심경의 변화가 일어나 올해는 본격적으로 견지를 하기로 작심한 것이다.
같이 늙어가면서 좋은 취미를 공유하는 것도 뜻있지 않겠냐는 영감의 유혹에 약간 솔깃해진 점도 있었다. 그리고 영감이 밖에 나가 무얼 하며 노는지 알고 싶은 마음도 있었다. 그리고 날이면 날마다 낚시터로 영감이 도망간 뒤 혼자 집을 지키는 무료함도 작용했다. 게다가 영감이 놀터인 인터넷 견지 사이트를 보게 된 후 무언가 재미가 있을 것 같다는 호기심도 작용했다.
전에도 강권과 유혹에 못 이겨 같이 몇 번 여울에 선 적이 있었다. 그러나 물고기가 파닥되는 재미도 없진 않았지만, 여울에 오래 서있으면 춥고, 물살도 세서 별 재미를 느끼지 못하던 차였다. 하루는 영감이 낚시 친구들과 1박 2일로 낚시를 간다며 지나가는 말처럼 ‘같이 가던지.’ 한 말 한마디에 선득 마음이 동했다.
“나도 가요.”
간 곳은 홍천강 왕박골이라는 곳이었다. 9월 초 아직은 더운 날씨에 석양녘 여울에 서서 견지를 드리워 보았다. 그런대로 재미가 있었다. 미끼는 물론 영감이 끼워 준다. 또 물고기가 잡히면 떼어내고, 새로 미끼는 다는 것도. ‘흥, 40 수년 경력의 꾼을 조수로 두었는데 이런 서비스는 당연한 것이지.’ 속으로 되 뇌이며.
내친 김에 견지협회에서 주관하는 견지학당에도 참여해 보았다. 토요일 저녁에 홍천강에 가서 저녁에는 이런저런 강의도 듣고, 이튿날에는 개야리 여울에서 실습도 해 보았다. 강습이 끝나고 나서는 ‘제4기 견지학당 수료증’도 받았다. 대학 졸업 후 처음으로 받는 ‘쯩’이다. 흐뭇한 하루였다. 그리고 성미 급한 영감이 퉁명스럽게 가르쳐 주는 것보다 고수 교관의 시범은 눈에 쏙 들어왔다. 별 것 아니네. 그럭하면 되는 거지.
배견지도 따라 나섰다. 두 번째 출조에서 꾼들이 ‘멍짜’라고 부르는 것도 만났다. 견지대를 확 채는 엄청난 입질. 그리고 견지대를 뒤흔들면서 도망가는 대물의 몸부림. 느껴보지도 못하였고, 생각해 보지도 못한 엄청난 힘이었다. 영감의 도움으로 누치라는 엄청난 놈을 뜰채에 담을 수 있었다.
“50cm 좀 넘겠는데.”
하는 말에 좀 섭섭한 감이 들었다.
“흥, 재보지도 않고... 한 60cm는 될 거야.”
한 가지 마음에 걸리는 것은 누치를 올리는 동안 영감의 도움을 받았다는 것이다. 다음에는 멍짜를 꼭 내 손으로 잡아야지. 그런데 기회는 곧 닥쳐왔다. 그 다음 주일 나란히 배에 앉아 영감은 간간히 누치를 걸어내는데 강 여사에게는 영 소식이 없다. 5시가 가까워 해는 산에 걸려 어둠이 짙어지고 있었다.
그 때 강 여사의 손에 놀라운 진동이 느껴졌다. 그리고 화다닥 대며 견지가 풀리기 시작했다. 영감이 말하는 ‘통줄튀김’이 일어난 것이다. 멍짜닷! 강 여사의 가슴은 콩닥대기 시작했다. 저번 놈보다 훨씬 힘도 강하고, 움직임도 엄청났다. 아무리 대를 돌려 줄을 감으려 해도 감기지 않는다. 애를 쓰고 줄을 좀 감아 놓으면 후다닥하며 줄이 다시 풀린다. 한 참을 그러고 있노라니 누치가 힘이 빠진 모양인지 줄이 조금씩 감기기 시작한다. 한 참을 감았는데도 추를 단 고무줄이 보이지도 않는다.
“천천히, 천천히.”
옆에서 영감이 응원한다. 그런대 영감의 말에 강 여사 오기가 동한 모양이다. 견지대를 좀 힘을 주어 채어 보았다. 그 순간 헛청 하는 촉감이 손에 전달되고는 그 무겁던 견지대가 가벼워졌다. 누치가 도망친 것이다. 그 허전함, 그리고 허망함. 그 날 이후 강 여사의 눈에는 멍짜가 선하였다.
“애고 내 멍짜, 멍자야, 멍순아.”
비로소 강 여사는 대물을 쫓아다니고, 멍짜를 찾는 꾼들의 심정을 이해할 수 있었다. 그 다음부터 강 여사는 영감이 낚시가방을 메면 의래 같이 나서게 되었다. 왕박골에도 두 번 더 갔다. 이제는 물살이 센 여울도 그리 겁나지 않았다. 그리고 얼굴이 탈까봐, 손이 탈까봐 하는 걱정도 저 멀리 사라졌다. 손에는 영감이 사 준 검정 낚시 장갑을 끼고, 여울에 들어설 때는 수장대부터 챙긴다.
그런데 견지란 것이 묘하다. 영감이 맞추어 준 추를 달고 비슷한 폼으로 챔질을 하고 있는데도 강 여사에게는 물고기가 잘 잡히지 않는다. 11월 1일 왕박골에 수원민박 앞 여울에서 2시간 견지를 했다. 영감은 5마리째 눈치를 잡아내고, ‘히히, 멍짜야’ 하며 55cm 정도 되는 싯누런 멍짜를 잡아낸다. 맑은 물 속에 팔둑만한 놈이 누렇게 비치며 잠수함처럼 유영하는 모습에 약간의 질투심조차 들었다. 그런데 강 여사는 초장에 조그만 놈이 잡히고는 영 소식이 없다. 그러다 4시가 다되어 낚시를 거둘 때가 되서야 드디어 입질을 받았다.
“왔어요! 나는 막판 체질인가 봐.”
청평에서 놓친 멍짜보다는 작게 느껴지지만 상당히 묵직한 놈이 용을 쓴다. 이번에는 남편의 힘을 빌리지 않고 끌어냈다. 그런데 생각보다 누치가 작다. 40cm 정도에 불과하다. 그 놈이 힘을 쓰노라 바위틈을 파고들다 이끼가 납추에 한 줌 걸려 무겁게 느껴진 것이다. 실망스러웠다. ‘멍짜가 아니야.’ 처음에 돌돌이 한 마리를 잡고는 감격하던 강 여사가 이리 변한 것이다.
견지를 시작하며 견지대에 대한 관념도 변했다. 영감이 겨우내 한 밤중에 견지를 갈면, ‘귀신 나와요.’ 하고 놀렸었다. 그리고 견지대를 흔들어 보고 있는 영감에게 ‘할 일 없이 싱겁기는... 대신 흔들어 줄까요?’ 놀리던 것이 이제는 변하였다. 영감은 올 들어 견지대를 만드는데 열을 올리고 있다. 견지대가 완성되면 강 여사도 한 번씩 시험 삼아 흔들어 본다. 그리고는 평한다.
“이건 너무 능청대요. 수초가 걸려도 파들대겠어.”
“이건 제법 짱짱한데요. 이거 내꺼 할래요.”
강 여사도 이제는 견지대를 약대, 중대, 강대로 구색대로 갖추어 갖고 있다. 그리고 꼭지도 이뿐 것으로 해서 옥꼭지대, 산호꼭지대, 루비대를 구비하고 있다. 영감이 대를 만들면 우선 검열을 하고 예쁘고, 쓸만한 대는 자기 것으로 점찍어 둔다.
11월이 되면서 올해 견지낚시 시즌이 끝나간다고 영감은 아쉬워한다. 강 여사는 추워져도 다닐 수 있을 때까지 다니자 한다. 영감이
“앞으로는 꽤 추울 텐데 ..”
하면,
“옷을 두둑이 입으며 돼요. 아주 추울 때까지 다녀요. 그리고 12월에서 3월까지 네 달 만 참으면 돼요.”
할, 정도로 강 여사는 마음이 바뀌었고 견지낚시에 매료되었다. 올해 안에 꼭 내 손으로 60이 넘는 ‘멍짜’, ‘멍순이’를 잡을 거야 되뇌고 있다. 드디어 강 여사가 견지협회 회원으로 정식 등록을 했다. 연말 ‘견지인의 밤’에는 꼭 영감과 같이 참석하자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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