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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일 : 2004-10-29 20:15:2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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견지채와 사람들 ( V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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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쓴이 :
river
 조회 : 1,94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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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사람의 정성이 들어간 견지채)
회기동 농촌경제원에서 열린 '견지인의 송년회'에는 전국에서 활동하는 많은
견지인들이 참석을 하셨다.
금강에서 얼굴을 익힌 분들은 마치 오래된 지기처럼 반갑게 맞아 주셨고 처음
뵙는 분들도 사이트에 올라갔던 우리 가족 사진때문인지 잘 아는 사람처럼 친
근하게 대해 주셨다. 자연을 사랑하고 소박하게 인생을 즐기는 사람들이라서
그런것인지 모두의 표정은 여유있고 편안했고 따뜻해 보였다.
그런데 내심 노리고 갔던 견지채 경매는 차가 밀려서 조금 늦게 도착한 관계로
이미 끝나 버려 내가 원했던 그 명품의 견지대를 손에 넣을수 없게 되어 버렸다.
가기만 하면 나를 기다리고 앉아 방긋 방긋 웃고 있을줄 알았던 그 견지대!
넌 내거야!! 하면서 우습게 봤던 그 견지대! 그러나 그 명품 견지대들은 그 자리
에서 모두 사라지고 다른공방의 몇개 견지대만이 걸려 있었다.
아니~~무슨 사람들이 이러나? 견지 그렇게 오래 했으면 견지채 웬만히는 있을
텐데 그 많은 견지대들이 몇분만에 품절되다니...견지하는 사람들...확실히 이상
한 사람들이기는 하구나! 명품 견지대 하나 장만한다는것도 그리 만만한 일은 아
니구나!! 싶은 생각이 들었다.
꿩대신 닭이라고...할수없이 나머지 견지채 중에서 하나 골라보려고 서성거리고
있노라니 그곳판매대 부근에 계시던 이 박사님께서 어떤것을 원하느냐고 물으시
길래 솔직하게 확 터놓고 이야기를 했다.
하나 장만하려고 하는데 뭐가 뭔지도 모르고 견지대도 어떤것이 좋은지 나쁜지도
모른다. 그랬더니 빙그레 웃으시더니 누군가를 부르더니 여기 이 사람한테 쓸만
한 것을 하나 골라 드리시라고 부탁을 하신다.
키가 훤칠하게 크시고 안경을 끼셨는데 그 분이 바로 그 유명한 견지채 장인 허버
트 님이셨다.(그때는 그런거 저런거 다 몰랐다)
그분이 이리 보고 저리 보고 만져보고 틀어보고 하시더니 이것이 괜찮다 하시며
그 중에서 하나를 골라 내셨는데 신현성님의 1호대 견지채였다. 거금 오만환이
붙어 있었다.
대가 좋고 어떻고 하면서 설명을 하시는데 그때 그게 뭔지 알리가 있나? 그저 전
문가가 좋다니 좋다고 믿을수 밖에....
이래서 견지채 하나를 찜해서 들고 나오니 사람들이 모여들어 견지채 구경을 하
자고 하시는데 이 사람 저사람 다 좋은 견지대 골랐다고 하시는데 그러시면서도
공통적인 의견은 여울견지 하기에는, 그리고 여자가 쓰기에는 좀 강대라는 것이
다. 하버트님 말씀이 지금 남은 견지대 중에서는 부드러운 대가 없어서 그 중에서
괜찮은 것으로 골랐는데 자신이 생각해도 리버님 쓰기에는 좀 길고 강하단다. 강
하면 어때? 길면 어때? 그래도 돈 주고 처음으로 고른 내 견지대여서 그런지 나는
그게 좋아 보이기만 했다.
행사가 대충 끝나고 식사가 시작되었는데 굥교롭게도 앞에 이 박사님이 앉으시
고 옆에는 하버트님이 앉으셨다. 우리 남편은 금강에서 만난 사람들과 술잔을 주
고 받으며 그 간의 안부를 이야기 하고 또 듣고 하느라고 마누라는 어디서 밥이나
먹고 있는지 누구하고 이야기나 하고 있는지 안중에도 없었다.
식사가 대충 끝나고 이 박사님이 견지대를 보자고 해서 보여 드렸더니 갑자기 주
머니에서 무언가를 꺼내더니 이 견지대에는 이 꼭지가 어울릴텐데...하시는 것이
었다. 은은한 광택이 나는 아주 예쁜 옥 견지 꼭지였다. 하버트님이 그걸 받아서
보시더니
"그러잖아도 리버님이 쓰시기에는 이 대가 너무 강하니 제가 집에 가지고 가서 견
지대를 조금 부드럽게 갈아서 이 꼭지를 바꾸어 끼워 드리지요." 하는 것이었다.
이 박사님께서도 그게 좋겠다고 하시면서 두분이 견지대를 들고 이러 저러 의논
을 하시더니 우리집 주소를 부르라고 하여 얼떨결에 주소를 부르고 하버트님은
받아 적고 하니 난생 처음 내 돈으로 장만한 그 견지대 나는 딱 한번 만져보고는 그
냥 하버트님 손으로 다시 넘어가고 말았다.
며칠후....둥그런 통속에 예쁘게 포장되어 택배로 우리집으로 배달된 견지채, 두근
거리는 마음으로 꺼내보고는 나는 그만 감탄사를 내 지르고 말았다.
견지채를 잘 볼줄 모르는 내 눈에 보기에도 부드러우면서도 강하게 빛나는 대와
영롱한 빛을 은은하게 발하는 옥꼭지의 조화는 아~~이런것이 명품이구나~~하는
생각이 들게 했다. 더구나 1호대를 갈아내어 0.8호 정도의 굵기가 되고 길이도 조금
잘라내어 아담한 사이즈로 변하고 낭창거리면서도 탄력있게, 강하면서도 부드럽게
휘어지는 텐트폴대의 묘한 매력은 나의 마음을 사로잡기에 충분했다.
이 견지채는 지금까지도 여울에서 내가 가장 자주 사용하고 가장 좋아하는 견지채
이다. 견지채의 모양이 아름답기도 하거니와 특히 피래미를 전문으로 낚을때 조금
힘 센 불거지라도 걸을라치면 얼마나 춤을 추는지그 묘미가 대단해서 스릴만점의
정말 사랑스런 나의 견지채이다.
< 계속....>
**이 글을 쓰면서 문득 옛 생각에 옛날 사이트를 들어가 보았더니 감사의 뜻으로
하버트님과 이박사님께 보낸 저의 편지가, 그리고 이 박사님께서 보내신 답장이
그대로 남아 있었습니다. 까불면서 허접스럽게 보낸 제 편지에 비해 이 박사님의
답장은 얼마나 명문인지.....읽으면 읽을수록 새록 새록 맛이 더하여 여기에 함께
올립니다. 특히나 편지 내용중에
<"명장에 보도를, 미인에게 보석을"이라는 말이 있는데, River님께서는 보석달린,
보도를 지닌 여장군이 되셨으니 축하드립니다. >
라는 귀절이 있는데 아무리 읽고 또 읽어도 명문입니다.ㅋㅋㅋㅋㅋ
안녕하세요? 이 박사님, 그리고 허버트님.
오늘 허버트님이 손 봐서 보내주신 견지대를 받아 보았습니다.
견지대를 볼 줄 모르는 제 눈으로 봐도 한 눈에 참 좋은 견지대라는걸 느낄수 있었습니다.
그 날 바자회에서 구입했던 것은 뻑뻑하고 거친듯한 느낌이었는데 오늘 받아본 견지대는
마치 다른 견지대였던것 처럼 날래고 세련되며 부드러워 보였습니다. 허공에다 대고 챔질
하는 흉내를 계속 내고 있자니 남편이 하는말...
"이제 서서히 빠져 가는군...."
이 박사님께서 주신 옥 꼭지가 마치 성장한 후에 어울리는 보석으로 마지막 포인트를 준
여인네의 모습처럼 은은히 빛을 뿜는 아름다운 견지대.
이 박사님.
그 옥꼭지. 그날 송년회에서 그냥 우연히 제 앞에 앉으신 인연으로 주신거 아니시죠? river
가 특별히 맘에 들어서 주신거죠? 그쵸?ㅎㅎㅎㅎ 원래 그날 견지대에는 욕심이 없었었고
견지닷컴 바자회에 동참 한다는 뜻으로 장만한 견지대였는데 생각지도 않게 두분이서 훌륭
한 견지대로 만들어 주시니 이거 견물생심이라고 자꾸 견지대에 대해서 욕심이 생기는것
같습니다.
내년봄....평화로운 강가에서 무심히 견지해야 하는데...
오는 사람 가는 사람 앞에서 옥꼭지 보이게 견지대 휘두르고 싶은 마음 생기면 어쩌나?
벌써 부터 걱정이 됩니다.
이 박사님, 허버트님. 저 큰일 났습니다. 책임지세요.
두분, 즐거운 크리스마스 보내시고 행복한 새해 맞이 하세요.
river 김은희 드림.
안녕하세요? River님. 견지대가 마음에 드셨다니 반갑습니다. 그 대는 제가 소재를
구해 신현성공방에서 제작한 낚싯대입니다. 거기에 명장 허버트님이 손을 보아 주셨
다니, 정말 좋은 낚시대로 환골탈태한 것으로 믿습니다. 그 대는 평범한 텐트폴 소재
로 만든 것이지만, 제가 황학동, 대학천 상가를 뒤져 나름대로 고르고,골라 구한 것으
로 상당히 탄력이 좋은 소재입니다. 다만, 결점이 있다면 소재 표면이 거칠어 잘 다듬
지 않으면 가시에 손을 찔리기 쉽습니다. 저도 그 소재로 만든 대를 가지고 있어, 다듬
고 나서 접착제를 표면에 가볍게 먹였더니, 저번 견지바자에 출품되었던 '바지대' 못지
않게 표면이 은은히 빛나고, 촉감이 부드러워져 매우 아끼고 있습니다. 물론 허버트님
이 마름질을 하셨다니, 당연히 표면처리를 하셨을 것으로 믿습니다.
그리고, 제가 드린 꼭지가 마음에 드셨다니 기쁩니다. 제가 인연이 있는 대를 고르신
안목에 놀라(?) 마침 어울릴만 한 꼭지가 주머니에 었어 드린 것입니다. "그 옥꼭지.
그날 송년회에서 그냥 우연히 제 앞에 앉은 인연으로 주신거냐구요?", 글세요? 하지만
그일로 인해 river님과 친교가 더 두터워질 것은 의심할 나위가 없겠지요. "명장에 보
도를, 미인에게 보석을"이라는 말이 있는데, River님께서는 보석달린, 보도를 지닌 여
장군이 되셨으니 축하드립니다.
제 평생 소원이 우리 마늘님과 나란히 여울에 서는 것인데, 제 욕심뿐이지 저항이 만
만치 않아 고심하고 있습니다. 그런데 닷컴대회에 동반하신 그 늠늠한 조사가 낭군님
이시라니, 제가 복많은 분이라고 부러워 한다는 점도 전해 주십시요. 그리고, 제가 그
날 농담삼아 건넨 '귀덕이'가 이뻐 보일때까지 열심히 보검을 구사하시길 바랍니다.
귀더기가 이쁘다는 말은 제가 백양리 여울에서 어느 여조사께 들은 이야기입니다.
좋아하고, 즐기다 보니 귀덕이가 이쁘게 보인다고, 소탈하게 말씀하시더군요.
견지대에 대해서 욕심이 생기는것 같다구요? 좋은 욕심이라면 나쁠 것 없겠지요.
그리고 저도 낚싯대 중독증 초기환자의 한 사람으로서, 도움을 드릴 일이 있을 것 같
습니다. 책임지라구요?, 적어도 낚싯대에 대한 책임은 통감하겠습니다. 부군님, 그리
고 River님 가족 모두가 즐거운 크리스마스, 행복한 새해를 맞이 하시길 빕니다.
언젠가, 어느 여울에선가 뵙게 되기를 바랍니다.
이하상 드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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