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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일 : 2004-10-09 22:09:5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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견지채와 사람들 ( I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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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쓴이 :
river
 조회 : 1,93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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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8만원짜리 견지대 )
나에게 있어서 견지란 그저 초여름이나 초가을 가족들과 휴식으로 강가를 찾았을때,
낮에 잠시의 할 거리로 가짜 파리미끼가 달린 3000원짜리 견지대에 작은 물고기 정
도 낚아내는 것이었다.
밤에는 대낚이나 릴낚으로 야행성어류(빠가사리 등)를 낚아서 아침이면 매운탕을 진
하게 끓여먹고 한낮에 잠시 피래미를 낚는 정도, 그것이 나의 견지의 전부였다.
사실 낚아낸다고 하는것은 좀 그렇고 그저 여울따라 흘려내리다가 어느 멍청한 피래
미가 물려주면 온 천지가 다 떠나가라 소리를 지르며 좋아라 했고 더 이상의 세상은
알지도 못했고 알려고도 하지 않았다.
그 하늘에 한가로이 떠 있는 흰 구름과, 이른 여름의 햇살 반사되어 반짝이는 수면,
쉬임없이 흐르는 여울소리, 그 하루동안 이 세상의 그 아무것도 생각하지 않아도 되
는 자유와 평화, 그것이 전부였고 그것 이상의 그 어느행복도 더 이상 원하지 않았다.
그런데 지금으로부터 4년전 어느 여름, 언제나와 같이 찾던 홍천강 노일리에서
나는 보아서는 안될, 알아서는 안되어야 할 어떤것을 보고, 알게 되었다.
그 날도 다른날과 마찬가지로 파리미끼가 달린 견지채를 흔들면서 세월아~ 네월아~
하고 여울에 서 있는데(남편은 좀 더 좋은 구역을 찾아서 조 위로 올라갔다) 웬 아저씨
둘이 오더니만 한 아저씨는 내 옆에 서고 한 아저씨는 조 위에 남편 곁으로 가 서더니만
견지를 하는것이었다.
뭐 이 여울이 다 내것인가? 너도 하고 나도 하고 하는것이지 하면서 무심히 흔들고 있는
데 나는 한 이십분이나 있어야 겨우 한마리를 건지는데 그 아저씨들은 계속 피래미를 낚
아내고 있는 것이었다.
처음에는 그려러니 했는데 한 한시간이 지나고 나니 좀 기분이 그랬다.
가만 보니 별로 잘생기지도 않았고 똑똑해 보이지는 더욱 않고 그렇다고 별 매력도 없는
아저씨들인데 물고기 이놈들이 사람을 차별하나? 그저 피래미는 이삼십분에 한 마리씩
물리는게 당연한 거려니 생각하고 있던 나는 순간, 이것이 아니구나.... 뭔가 잡는 방법이
따로 있구나... 하는 생각이 들었고, 나도 그 방법을 알아서 저렇게 낚아야겠다는 생각이
들게 되었다.
나는 한 아저씨한테 말을 붙였다.
"아저씨~~ 고기 많이 잡으시네요~~~"
"아~~네~~~"
"어떻게 그렇게 잘 잡으세요? 무슨 방법이 있으세요?"
젊은 아줌마가 그렇게 상냥하게 물으면 당연히 친절하게 방법을 일러주리라 생각하고
당당하게 말을 걸었던 나에게 그 아저씨는 황당하게도 내 차림새와 견지채를 힐끗 흝어
보더니 더 이상 대답을 안 하는것이었다.
'아니~~~무슨 이런 아자씨가 다 있나? 가타부타 뭔 말이 있어야 할거 아냐? 웃기는 아
자씨 아냐?'
나는 좀 화가 났지만 그렇다고 뭐 어떻게 할 수도 없고 해서 속으로만 이렇게 투덜거리면
서 그냥 견지채를 흔들고 있는데 잠시 있다가 그 아저씨가 나를 빠안히 보더니만
"그 견지채 가지고는 안돼요" 하고 툭 한 마디를 던졌다.
나도 무시하려고 하다가는~~ 생각해보니 그래도 아쉬운것이 내 쪽이라서 마음을 돌려
"왜 안 되는데요?" 했더니
"그거는 제대로 낚시하는 채비가 아녀요" 하는것이었다.
얼른 그 아저씨 채비를 흝어보니 나하고는 뭐가 다르기는 한참 달랐다.
목에다 뭐도 걸고(지금 보니 그게 미끼통이다) 견지채도 등 뒤에 하나 더 꽂고 지금 하고
있는 견지채도 뭔가 기름이 자르르한게 좋아 보였다.
"그럼 그런 견지채 갖고 해야 고기가 잘 물려요?"
"다 그런건 아니지만 아줌마처럼 그런 어설픈 파리 견지채 가지고는 잘 못한다는 말이죠"
"그런 견지채는 어디에서 팔아요?"
"이거는 아무데서나 안 팔아요. 이거 되게 비싼거여요"
"얼마나 하는데요?"
그 아저씨 다시한번 나를 훑어 보더니만
"이거 한 팔만원 해요."
'헉! 팔만원이나....' 순간적으로 돌아가는 내 계산기...2박3일 우리 4인가족 야영하려고
아이스박스 가득 채울 마트비용...
그러나 놀란 표정을 감추고 의연하게
"그럼 그 견지채로 하면 고기가 잘 잡힌다는 말씀이신가요?"
"이것뿐만이 아니고 미끼도 그렇고....챔질하는것도 그렇고 뭐 많이 모자라요."
참~~진짜로 너무나 퉁명스럽고 대화법이란 것을 하나도 모르던 그 아저씨!
그날, 견지를 한 이래 처음으로 나는 나의 견지대의 근 30배에 가까운 금액의 견지채도 이
세상에 있다는것을, 그리고 어떤 사람들은 아무것도 아닌것 같은 그 견지를 즐기기 위하여
그렇게 큰 돈(?)을 들여 견지채를 장만한다는것도 알게 되었다.
<계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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