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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일 : 2004-10-21 01:54:5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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견지채와 사람들 ( III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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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쓴이 :
river
 조회 : 1,65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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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금강에서 만난 사람들, 금강에서 얻은 견지채)
차가 많이 밀리는 관계로 우리는 저녁이 늦어서야 강가에 도착할수 있었다.
늦가을 빨리 저무는 해는 한참 전에 서산을 넘어가고 서늘함이 느껴지는 강변
에는 진한 어둠이 가득해 어디가 어디인지 분간이 어려운데 멀리서 활활 타오
르는 모닥불 빛! 우리가 찾아가는 그 강변의 그 견지 가족임을 한눈에 알아 볼
수 있었다.
오랫동안 달려 온 먼 길이므로 타오르는 모닥불을 보니 여간 반가운게 아니었
다. 조심스레 강가의 길을 찾아 내려가니 조오기서 차 두대가 달려오는데 아마
도 우리가 강가에서 길을 잘 못 찾을거 같아서 에스코트 하러 오는듯.
어둠속에 타오르는 모닥불과 우리를 향해 오는 차 두대의 불빛은 우리가 만나
러 온 견지가족들의 따뜻함과 배려를 그대로 나타내고 있어서 가슴이 무척이
나 훈훈했다.
도착해서 인사를 나누고 자리를 찾아 앉았다.
우리 가족들끼리만 호젓하고 자유롭게 견지를 다니다가 견지사이트를 알게 된
후 처음으로 발을 내 딛었던 오프라인이었다.
그 날 밤, 늦도록 피워졌던 그곳 강변의 캠프 파이어와 도란 도란 나누었던 이야
기들...견지와 삶, 견지와 자연, 견지와 사람들.....
다음날 아침, 흐린 날씨와 습기때문에 강변은 운무로 뒤덮여 분간이 안될 지경인
데 그래도 사람들은 잠에서 깨어나 하나 둘씩 베이스로 몰려 들었다.
어둠속 모닥불 앞에서 처음 만난 사람들을 아침강변 운무속에서 두번째 만난다.
(이렇게 써 놓고 보니 무슨 무협지에 나오는 사람들 같네 ㅎㅎㅎ)
그곳에서 만난 분들이 함 모님, 황 모님, 조 모님, 또 조 모님, 강 모님, 이모 님 등
등.. 열 대여섯 분인데 한분 한분 모두들 어떻게나 친절하고 자상하게, 순수하고
따뜻하게 우리 가족에게 대해 주시던지, 견지 잘하는 사람=잘 난척하고 퉁명한
사람 으로 내 뇌리에 박혔던 그 어느 여름날의 기억때문에 금강에서의 이 새로운
견지가족들과의 만남은 나에겐 하나의 신선한 충격으로 다가왔다.
아침을 먹고나서 황 모님께서 갑자기 자기 가방에서 무언가를 쑥 꺼내더니 남편
앞에 내밀면서
"이거 형님 처음 만난 기념으로 드리는거니 받으세요. 제가 만든 겁니다"
하는 것이었다.
사람들 눈이 다 그곳으로 향해 나도 얼른 쳐다보니 대나무로 만든 합죽대(그때
는 그게 뭐가 뭔지 몰랐지만 설명이 합죽대라고 했다)인데 일반 견지채보다 좀
작은듯 하다. 황 모님이 덧붙이는 설명이 특별히 만든 미니 합죽대라는데 아직
마무리도 다 매끄럽게 못했지만 오늘 날이 특별해서 지금 그냥 드리는 것이니
집에 가시면 사포로 대를 조금만 문지르고 기름을 먹이시어 사용을 하시라 한다.
사람들 말이 합죽대는 아무데서나 구하기 어렵고 만들기도 어렵다면서 부러워
하는 눈치다.
'아니 처음 만나는 사람에게 이런 선물을 주다니 뭐 이렇게 마음이 착한 사람이
다 있나? ' 하는 생각이 들면서 고마운 마음이 드니 황 모님에 대한 느낌은 지금
이날까지도 그날의 그 첫 느낌 그대로....그는 그 때 일을 잊었을른지 모르겠지만
나는 그 처음 선물 받은 견지채를 영원히 잊지 못하고 여울에서 만났을때 황 모님
께 뭐 드리는것은 아까운 마음이 없는것이 지금까지의 그에 대한 나의 마음이다.
그 견지채 받은 기쁨이 채 가시기도 전에 함 모님께서 부르시더니 사람들 많은 중
에 당신의 견지채를 펴 놓으시고 마음에 가장 드는 것을 고르시랜다. 가장 좋은 걸
로....그때는 뭐가 뭔지 몰랐지만 지금 뭘 조금 아는 상태에서 생각하니 참 우습기만
하다. 뭐가 우습냐 하면....ㅎㅎㅎ 그때 당신이 소유하고 계신 견지채가 총 3대였
기 때문이다. 3대면 당신이 쓰시기에도 사실 모자란 숫자인데....
그때의 나는 다른것은 안 그랬지만, 견지에 대해서라면 철없는 어린애와 같은
수준이었기 때문에 그런것은 알수 없는 상황이어서 그저 약속한 견지채를 받을
생각으로만 꽉 차 어떤것을 고를까? 어떤것이 좋은것인가? 이리저리 살펴봐도
뭐가 뭔지 알수가 있어야지....
보시다 못한 조 모님께서 당신이 골라 주시겠노라고 하며 견지대를 이리저리 살
펴 보시는데 한 눈에 척 훑어 보니 풍채도 좋으시고 카리스마도 있으시고 남자답
게 생기시고 견지도 잘 할것 같고 견지채에 대해서도 잘 알것 같은 생각이 들며~~
믿고 맡겨도 될것 같다는 판단에 그럼 선택을 맡긴다고 하고 눈을 반짝이며 기다
리는데 설장을 이리 비틀고 저리 비틀고 돌려보고 눌러보고 한참을 하시더니
검은 대에 나무를 깎아 만든 꼭지가 박힌 견지채를 하나 골라 내신다.
이 세개 중에서 이게 가장 좋다고 하시며....
좋아라~~~견지채를 받고 감사합니다. 감사합니다. 되 뇌며 견지채를 품에 안으
니 세상에 그 어떤 보석 선물을 받아도 그 때 그 견지채 보다 더 좋았으랴~~~
지금만 같았어도 세대 밖에 없는 견지채 중에 하나를 주신다면 정중하고 품위있게
마음만 받겠노라며 우아한 말로 사양을 할 것을, 그 때 그 철없이 좋아하고 조금이
라도 더 좋은 견지채를 고르려 눈을 반짝였던 생각을 하면 한편 부끄럽기도 하고
한편 숨김없는 마음을 그대로 드러냈던 참으로 순수했던 시절이었노라는 생각이
들기도 한다.
< 계속......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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