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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일 : 2007-08-27 01:35:5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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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쓴이 :
김성문
 조회 : 4,85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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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어공주를 낚다.
장마가 끝났다고 하더니 북쪽의 차가운 공기와 남쪽 지방의 무더운 공기가 맞부딪쳐 국지적인 영향으로 단위 시간당 80밀리가 넘는 집중 폭우가 며칠째 계속되었다. 북쪽은 600밀리가 넘는 폭우로 말미암아 8월31일 열리려던 남북 정상회담조차 10월로 연기되었다. 처서가 지난 지 사흘이 지났음에도 더위는 꺾일 줄 모르고 한낮의 기온이 30도를 오르내리는 무더운 날씨가 계속되었다. 의암호는 평화의 댐 상류에서 유임되는 흙탕물로 진흙물이 계속되고 있다. 가깝게 찾기 좋은 강촌교 밑과 백양역 앞의 여울은 많은 비로 만수위가 된 의암댐이 방류를 늘려 갑자기 불어난 유량으로 인해 도도한 홍수위를 보이고 견지꾼을 거부한다.
화천 댐 아래 살랑골도 역시 매 한가지고 춘천댐 밑 상원사 앞 도랑은 넘쳐 으르고 있으니 결국 숙의 끝에 홍천강 팔봉산 앞이나 되룡골로 출조지를 잡았다. 일찍 나서고 싶어도 일단 사무실은 잠시 들러 챙겨 놓은 뒤가 아니면 휴대폰 벨이 울리고 법석을 떨면 비 맞은 중이 될 터이니 사무실에 들렀다가 출발하니 결국 10시가 넘어 현지에 도착하게 된다. 안달을 하는 K군을 달래어 차를 몰았다. 지난 주 되룡골 비포장 모래 길에 빠져 저단 기어로 탈출하느라 엑셀레이터를 무리하게 밞은 탓에 디스크 삼발이가 고장 난 차를 수리한 지 하루 만에 조행이다. 약간 버거운 듯한 기어를 달래어 도착하여 보니 팔봉산 앞은 이미 장사진이었다. 되룡골도 이미 물골이 가운데로 향한 여울은 얼핏 보아도 이력이 있어 보이는 건장한 청년들이 선점(先占)을 한 터라 될성부른 포인트는 진입 자체가 녹녹하지 않았다.
더 이상은 선택의 여지가 없었다. 강은 건너 민박집 쪽으로 가지 않고 물 흐름이 완만하게 이어진 강 건너 둑방에 차를 세우고 꺼지는 여울까지 내려서니 그동안 내린 비로 수심이 가슴까지 차오른다. 수장대에 의지하여 되돌아 나오려니 입고 있는 조끼 탓에 걷기조차 힘들다. 미련 없이 포인트를 나와 다시 강을 건너 자동차가 빠져 고생했던 자갈길을 무턱대고 내려갔다. 그곳 역시 여울이 완만하면서 강심을 향한 물골이 좋은 곳은 수심이 깊어 사람들은 적당한 수위에서 여울 낚시를 즐기고 있었다.
일단 가방을 내려놓고 사람들이 늘어 선 중간지점에 전후 70~80미터 거리를 두고 수장대를 꽂았다. 앞뒤를 보니 아무도 나의 진입을 거리는 사람은 없었다. 물골의 방향은 갈수기에 강심을 향했던 곳은 진입이 불가능했고 적당한 수위는 표층수가 오히려 강 바깥쪽을 향하고 있었다. 그나마 좀 깊이 들어서니 겨우 피라미 낚시나 가능할 것 같았다. 일단 아주 작은 구멍으로 구더기가 가느다랗게 몸을 늘여 빠질 정도인 설망을 준비하고 깻묵은 가루와 콩알 입자로 부순 것을 넣어 무겁게 납을 달아 수장대 바닥에 달아 들고 내려가 살그머니 내려놓았다.
다행히도 밑밥 띠는 가지런히 채비와 동조를 이룰 수 있었다. 이미 이 장소에서 같은 조건으로 채비를 운용한 기억이 있어서 손에 익은 니켈 추를 달아 흘렸다. 10여분이 지나도록 피라미의 인사가 없고 웨더 속의 대퇴부가 차가운 느낌을 받을 정도로 차가운 물 띠가 느껴졌다. 왠지 찜찜하였으나 그것은 기우였다. 담배를 물고 불을 붙이려다 말고 일순 놀랐다. 둔탁한 놈의 입질에 이어 마루대가 보기 좋게 휜다. 돌돌이었다. 힘을 빼어 망에 담은 뒤 다시 채비가 설망 앞쪽에 닿을까 싶은 지척에서 똑 같은 입질을 거푸 받아 내었고 K군에게 두어 차례 감는 제스처를 지어 보인 후 세 번째 입질을 받아서 그에게 대를 건네주었다. 바다낚시 경험이 있는 그는 쉽게 흉내를 내고 설장에 줄을 감았다. 얼핏 보아도 한 자가 넘는 중적비였다. 한껏 기분이 달아오른 그는 탄성을 지른다.
어차피 바꾸어 건넨 견지대를 그에게 해보라고 권하고 나는 그가 다루던 대를 흘려 보냈다. 물론 채비야 내가 맞춰 준 것이었으나 막상 다시 흘려보니 약간 가벼운 듯 싶어 고무에 못을 박아 흘리니 다시 입질이 왔다. 그러나 설망의 밑밥이 너무 쉽게 풀린 탓에 입질이 끊기고 대신 끄리가 낚이기 시작했다. 그것도 고무를 보며 작은 견제로 채비를 적당하게 내려 보낼 때쯤이면 어김없이 표층에서 입질을 해댔다. 잠시 쉴 겸 K군을 남기고 물 바깥으로 나왔다. 그때 색색의 구명조끼를 입은 레프팅 팀이 하나 둘 구령에 맞춰 노를 젓다가 기성을 지르며 내려온다. 물끄러미 바라보니 한 둘이 아니다. 다행히 강 가운데로 내려가다가 설망이 위치한 바로 그 지점 앞에서 멈추어 섰다가 흔들흔들 들썩이더니 부러 홀랑 뒤집는다. 비명을 지르며 하하호호 대는 그들이 못마땅했다.
남은 밑밥과 구더기를 채운 설망을 들고 다가가서 먼저 설치했던 망을 들어보니 예상대로 빈 망이었다. 망을 갈아 달고 나서 올라와 채비를 흘리니 10여분 만에 다시 입질이 왔다. 그러나 썩 좋은 조황은 아니다 싶어 아쉽게 느껴졌다. 더욱이 이렇다할 입질을 못 본 K군이 신경이 쓰인다. 다시 입질을 받아 대를 건네니 냉큼 받아 강제집행을 한다. 그때였다. 수영장에서나 볼 수 있었던 비닐튜브를 타고 내려오는 어린이가 눈에 들어왔다. 신경이 거슬렸음은 물론이다. 그러나 빠른 물살을 느낀 아이는 순간 당황한 나머지 튜브를 놓치고 물살에 허우적거리면서 내게로 다가 왔다. 순간 사태를 짐작하는 것은 어렵지 않았다.
손을 뻗어 아이의 팔을 잡아 낚아채듯 끌어안았다. 이미 적잖은 물을 마시고 손을 바르르 떠는 여자 아이의 눈은 감겨 있었고 사지는 축 늘어졌다. 가슴을 헐떡이며 숨을 쉬고 있었기에 물 바깥으로 걸어 나오면서 아이를 불렀다. 아이가 눈을 뜨고 내 목에 매달려 손에 힘을 주었다. 다행이었다. 걱정을 하지 않아도 좋을 법 했다. 그때, 비명을 지르며 맨발로 자갈밭을 달려 온 어머니가 다가왔다. 얼마나 급했던지 아이의 이름을 부르며 돌아서 안기는 아이를 안고 하염없이 흐느낀다. 아이도 울고 어머니도 아이를 안고 볼을 부비며 우는 울음은 보는 이로 하여금 안타까웠음은 물론이다.
[저어! 어디 사시는 누구신지 이 고마움을 어떻게 해야 할지 . . . 전화번호라도 좀. . .알려 주시지요.]
[아이가 놀랐을테니 민박집에 가서 아이들 경기할 때 먹이는 기응환이 있을거요. 그걸 좀 먹이고 시원한 그늘에서 쉬게 하세요.]
우리가 먼저 자리를 뜰 때까지 지켜보던 아이와 엄마는 한동안 말을 잇지 못한다. 그 와중에도 아이의 아빠가 있었으면 달려 왔을텐데 내내 기색이 없음이 이상했다. 그래서 모녀는 진정할 때도 되었건만 그렇게 북받치도록 우는 것이 아닌가 싶었다. 오늘 일로 그들이 받은 심리적 내상(內傷)의 크기도 만만치 않을텐데 하는 생각에 잠시 젖었다가 아이의 어머니의 엄지발가락에서 피가 나고 있음을 알아차렸다. 그도 그럴 것이 혼비백산하여 미친 듯이 울며 강을 따라 뛰었으니 어련했을까. 세상의 어머니는 모두 강하다고 하지 않던가. 발톱이 빠지고 숨이 턱에 닿도록 탄환처럼 빠른 어머니의 자갈길 달리기는 아마 한동안 잊지 못할 것이다. 2007. 8. 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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